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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폭탄주 이야기

2013년 08월 07일

문성식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제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즐기는 사람들을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과거에는 맥주에다 양주를 섞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사이는 식감이 좋은 소주와 섞는 폭탄주로, 그것도 1차 회식장소에서 먹는 대중적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폭탄주는 충성주, 샤워주, 회오리주, 물레방아주 등 여러 종류로 진화되어 오면서 외국 바이어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코리안 칵테일로 불리며 돌고 있어 바야흐로 확실한 우리 사회의 한 음주 트렌드로 정착했다.여러 사람이 폭탄주를 먹을 때는 폭탄주법도 있는데 무조건 만든 사람이 먼저 마시고 돌려야 하고, 그 제조 또한 그 모임의 좌장이 먼저 제조하고 그 다음에 제조권을 제3자에게 넘기면서 순차로 돌아가는 식으로 먹는다. 또 먹을 때도 노털카라는 것이 있는데 폭탄주를 일단 받으면 식탁에 놓지도 말고, 잔을 털지도 말고, 카소리도 내지 말고 먹으라는 것이다.

이런 폭탄주를 마시는 것이 새로운 음주 트렌드라고 한다면 이 또한 즐기면 그만이지만 그러나 폭탄주문화에 있어 없어져야 할 것이 남아 있다. 바로 폭탄주를 강제로 마시게 하는 비인격적인 행위 말이다. 술을 먹지만 술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많은 공식, 비공식 모임을 하고, 회식을 하지만 그 만남 자체의 목적이 있는 것이고, 또 지인들과 만나는 것도 일응 대화와 우의를 나누기 위한 것이지 오로지 폭탄주를 먹기 위해서가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폭탄주를 먹어야만 대화가 되고, 협상이 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심지어 후래자삼배(後來者三盃)라고 뒤늦게 온 사람에게 강제로 3잔을 먹이기도 한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필자는 그동안 이런 회식장소에서 강제로 술을 엄청나게 먹었지만 그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해왔다.

술도 못 먹는 사람이 강제로 돌리는 술에 취해 쓰러져, 부축해 실려가고, 술에 못 견뎌 술자리에서 도망치듯 사라지는 일도 숱하게 보아왔다.

음주량이라는 것은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잘 마실 수도 못 먹을 수도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 술자리에서는 이런 관용이 통하지 않는다. 아직도 폭탄주를 거부하거나, 술 마시다 도망가면 비겁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조직에서 왕따를 시켜야 할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비싼 음식점에 가서 음식맛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시작부터 폭탄주만 강제로 마시고 쓰러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건 회식이 아니라 고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데도 아직도 이런 잘못된 음주문화가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폭탄주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으나 대부분 단체나 기관의 높은 분들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 모임의 좌장이 단합을 과시하기 위해 강제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술자리 좌장이 자기보호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여러 사람으로부터 술을 한 잔씩 다 받아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으니 폭탄주를 돌려 개인적인 술잔을 못 돌리도록 하는 경우이다. 다중을 상대하는 기관장이 자기방어를 위한 주법(酒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잘못된 폭탄주문화가 바뀌려면 단체든 기관이든 회식을 주관하는 높은 자리의 상관이 폭탄주법에 대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대전지방변호사회는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대전시의사회와 음주문화개선사업 협약을 맺고, 폭탄주 강제로 돌리기 없애기, 소주잔 돌리기 없애기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양적으로는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였으나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분야가 바로 음주문화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각 기관의 참여선언을 고대한다. 부어라, 마셔라 이런 구호는 없애버리고, 폭탄주든 소주든 자기가 마시고 싶은 만큼만 먹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는 회식, 음식을 즐기는 회식으로 음주문화 콘셉트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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